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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CHEONG 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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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주 [공존]

봄을 남긴 예술가에게 드리는 감사의 글

갤러리청애 안효섭 큐레이터 (영남일보 문화산책 23.06.13)

나는 꽃을 참 좋아한다. 순간을 밝히는 화사함이 좋고, 덧없이 져버리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순수하게 웃고 있는 모습도 참 좋다. 연약한 어린 시절을 견뎌내야 봉오리를 올릴 수 있다는 것도, 그렇게 피워낸 꽃을 이내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도 다 아름답다. 꽃과 관련한 시 중에서는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참 좋아한다. 꽃과 봄의 아름다움, 그것을 기다리는 이의 설렘과 슬픔을 이토록 간결하게 본질적으로 남긴 예술이 있을까 싶다. 하염없이 기다리던 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뚝뚝 떨어지는 꽃이 서럽다. 그리고 다시 하염없이 찬란한 봄을 기다린다. 이내 지고 마는 슬픔의 봄을. 예술은 이토록 본질적이다. 세상의 한 단면을 캐치해내고 이를 자기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예술가의 시선은 참으로 존경스럽다.

대학 때였다. 호수에 앉아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문득 그 순간이 몹시 길게 느껴졌다. 여러 편의 단편 영화들을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영화에서 보던 슬로 모션처럼 나뭇잎 하나하나가 보였다. 내가 살아있고, 여기 이곳에서 온 감각을 통해 이 공간에 스며들고 있다는 느낌은 매우 강렬한 경험이었다. 당시 나는 그 느낌을 설명하고 싶었고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내 언어세계로는 1g도 담아낼 수 없어 답답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즈음 프랑수아 쳉의 '아름다움에 대한 절대적 욕망'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을 읽으며 비로소 내가 느낀 것이 무엇이었는지 언어로 조금이나마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지나 책의 전체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순수한 공간으로 뻗어 나가는 존재의 꿈틀거림-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은 그 이후의 나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렇게 나는 미학공부를 시작했다.

순수한 공간으로 뻗어 나가는 세상 모든 것들의 파동이 느껴질 때 '아 이것이 아름다움이로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상징적으로 꽃이 좋았다. 여기 이 공간에 내가 있다는 선명한 표현이 바로 '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꽃에 감정이입을 했었고, 동질감을 느꼈고, 연민을 느꼈다. 꽃이 질 때면 한 삶이 지는 듯한, 꽃잎 한 장이 떨어지는 것과는 다른 결의 슬픔을 느꼈다. 한 존재가 가진 공간의 크기가 축소된다는 것은 참 슬픈 느낌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인식이 바뀌어 꽃의 한순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씨앗부터 꽃나무의 죽음까지 한 생을 다 보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꽃이 지는 것은 어딘가 아린 구석이 있다.

미술 쪽 일을 하면서 꽃그림만 보면 설렌다. 꽃의 예쁨만을 보는 게 아니라 시들지 않게 순간을 붙잡고 싶었던 화가의 염원을 같이 본다. 좌우로 돌아보면 온통 회색인 도시에서 꽃의 설렘과 슬픔을 나누는 동지가 있다는 느낌은 상냥한 위로가 된다. 꽃들이 다녀간 공간을 나는 비록 기억에 남기지만 예술가들은 작품으로 남겨주었고, 그 덕분에 나는 봄이 지나간 자리를 마냥 섭섭하게 울지 않을 수 있었다.

이 글은 봄과 삶의 찬란한 순간들을 남겨준 예술가들에게 바치는 감사의 글이다.

갤러리 청애

대구 수성구 화랑로2길 43, 010-2831-0147